대상관계의 심리구조 형성이 초기 발달에 주는 영향

대상관계이론의 인간관

 대상관계이론은 인간의 심리구조 형성에서 초기 발달 단계의 영향을 강조했습니다. 1920년대 말에 아이의 놀이치료를 중심으로 멜라니 클라인이 대상관계라는 새로운 정신분석이론을 소개했습니다. 대표적인 대상관계 이론가 및 임상 가는 멜라니 클라인, 도날드 위니캇, 로날드 페어베언, 마이클 발린트, 마가렛 말러 등입니다. 

 멜라니 클라인에 의해 본격적으로 사용되었지만 대상이란 개념은 프로이트가 먼저 사용했습니다. 프로이트에게 대상은 어떤 다른 욕구를 만족시키기 위한 이차적 개념이었다면 대상관계이론에서의 대상은 대상과 관계를 형성하는 자체가 인간의 본능적인 욕구입니다. 특히 대상관계이론은 프로이트의 이론을 비판, 수정하면서 프로이트 이론에서 중요하게 다루어지지 않은 초기 발달단계에서의 성장을 돕는 어머니를 중요시했습니다. 전통적인 정신분석이론은 아버지와 아이의 관계에 초점을 두면서 어머니와 아이의 관계에 대한 설명은 상대적으로 미흡했습니다. 하지만 아이의 성장발달에 있어서 어머니는 주 양육자로서 중요한 역할을 하며 심리발달에 지대한 영향을 미칩니다. 클라인은 태어나면서부터 처음으로 맺는 대상과의 관계가 자아형성 발달에 영향을 준다고 주장했습니다. 모성적 대상은 아이의 자아발달에 중심적인 역할을 한다고 했습니다. 즉, 대상관계이론은 가부장적 아버지와 아동의 관계에 초점을 두기보다는 오히려 어머니와 아동의 관계에서 나타나는 심리적 갈등과 자아 형성을 고려한다고 했습니다. 

 

  인간은 태어날 때부터 대상들과 관계를 형성하고 대상과 적극적으로 관계를 맺을 수 있는 능력을 가지고 태어납니다. 인간이 대상과 관계를 추구하는 것은 본능적 욕동에 의해서가 아니며 관계를 맺으려는 욕구 때문이며 발달 동기는 욕동보다는 관계의 맥락에서 이해할 필요가 있습니다. 즉, 인간은 본능적으로 관계를 형성하려는 욕구와 동기를 가지고 태어나며 따라서 인간에게는 관계를 형성할 대상이 필요합니다. 이러한 관계를 통하여 유아는 음식, 오락, 따스함, 쉼에 대한 욕구를 충족시킵니다. 또한 인간의 성격발달의 기초는 만족스러운 대상관계라고 할 수 있습니다. 

 어머니와 아동 사이의 적절한 조화가 인간의 건강한 발달을 위해 필수조건입니다. 위니캇은 아동이 창의적이고 건강한 자기를 형성하기 위하여 환경과 엄마의 모성적 역할을 강조하면서 엄마와 아동의 관계가 무엇보다도 중요하다고 하였습니다. 엄마는 아동이 태어나자마자 '일차적 모성몰입'을 통해 스스로를 헌신하고 아동은 엄마가 '충분히 좋은 엄마'로서 제공하는 환경을 통해 창의적이고 건강한 자기를 형성할 수 있습니다. 

 어머니와 아동의 관계는 둘 간의 상호작용보다 아동의 환상이 중요한 역할을 합니다. 실제 가시적인 어머니는 사랑하거나, 화를 내거나, 도움을 주는 등 '내적인 어머니'의 이미지에 대한 증거를 제공하는 역할을 합니다. 위니캇은 인간의 성격 분열이 엄마와 아이 사이의 초기 상호작용이 순조롭지 못한 데서 기인한다고 했습니다. 공감적이지 못한 엄마의 돌봄이 주어질 때, 아이는 엄마의 욕구에 맞추게 됩니다. 이것이 아이의 참 자기를 억압하고 '거짓자기'를 발달시키게 하는데, 그 결과 참 자기는 위축되거나 자기 내부의 비밀스러운 영역에 자리 잡게 됩니다. 

 

초기 대상관계는 인간의 성격과 이후 대인관계뿐 아니라 타고난 잠재력 계발과 자아실현에 많은 영향을 미칩니다. 초기 대상관계에서 공감적인 돌봄을 받지 못하여 참 자기를 발달시키지 못하고 거짓 자기를 많이 발달시킨 인간은 성장하면서 부모나 다른 사람과의 관계에서 진정한 자기를 숨기고 '~체'하는 모습을 보이게 됩니다. 특히 부모를 포함한 다른 사람으로부터 인정받기 위해서는 '~체'하면서 그들의 기대나 요구에도 맞추어야 한다는 사실을 배우게 되고 나이가 들면서 점차로 진정한 자신의 욕구를 숨기거나 억압 또는 거부하면서 부모와 타인의 욕구를 자신의 것으로 받아들이는 모순을 경험하게 됩니다. 이러한 모순의 경험은 초기에는 의식적인 차원에서 이루어지지만 나이를 먹고 어른이 되면서 횟수가 반복될수록 습관화되고 무의식화되어 나중에는 성격으로 굳어져 버립니다.

 하지만 인간은 대인관계를 내면화함에 있어서 수종적인 존재만은 아닙니다. 인간은 태어날 때부터 엄마와의 관계를 발전시켜 나가면서 자신과 관계를 맺는 엄마에게 반응함으로써 자신을 대하는 엄마의 방식을 변화시키는 데 적극적입니다.

즉, 엄마의 공감적이고 따뜻한 돌봄을 끌어내기 위해 반응하고 신호를 보내고 상호작용합니다.

 

 대상관계이론에서는 인간이 대상에게 애착을 가지고 관계를 적극적으로 하려는 특성뿐 아니라 반대로 개별화하고자 하는 특성 또한 인간의 본성으로 봅니다. 인간은 다른 사람과의 관계를 상실하였을 때 불안과 두려움에 빠지지만 개별화를 하지 못했을 때에도 관계로부터 떨어질 수 없고 불안을 느낍니다. 즉, 인간은 대상과 친밀해져서 애착을 형성하려고 하며 분리에 대해 불안을 느끼는 성향과 대상으로부터 독립을 추구하여 지나치게 깊은 관계에 빠져버려 헤어 나오지 못하는 것에 대해 불안을 느끼는 성향을 동시에 가지고 있습니다. 

 

 인간은 선한 존재도 악한 존재도 아니며 대상과의 관계에 의해 특성이 정해집니다. 초기 대상관계가 중요하지만 이후 좋은 대상과의 경험을 통해 수정되고 보완 가능한 존재로 보았습니다. 또한 대상관계이론에서는 인간의 본질에 대해 다음과 같은 견해를 보이고 있습니다. 인간은 다른 사람의 입장에서 같이 느끼고 그들을 위해 걱정하고 책임을 지려고 하는 깊고 독특한 요구를 가지고 있습니다. 프로이트는 '대상의 그늘'이라는 은유를 사용하여 인간은 손상된 대상과 무의식적으로 동일시하기 때문에 그 그늘이 자아에 영향을 미치게 되고 그 결과 자아가 빈곤해진다고 했습니다. 위니캇은 성숙한 사람은 지역사회의 관습과 타협하며 그것을 느끼고 책임감 있게 행동하며 그것을 발전시키는 데 공헌할 뿐 아니라 자신의 한 부분으로서 받아들일 수 있는 능력이 있다고 했습니다.